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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여행

【일본 혼자 여행기】 교토 산속의 버려진 폐신사에 갔다 온 이야기

by 자 그럼 악당수업을 시작해볼까나? 2025. 12. 30.

 

교토에는 오이와 신사(大岩神社)라는 이름의 버려진 신사가 있다.

오이와 신사는 예로부터 「난치병의 신」으로 섬겨지던 곳으로서, 아주 오래 전에는 참배객으로 붐볐던 시기도 있다고 하지만, 쇼와 후기~헤이세이 초기 즈음에 여러가지 문제로 신사를 경영할 수 없게 되어 버려졌고, 지금은 폐가 워커나 오컬트 마니아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

 

올해 7월 29일에 이 신사를 방문했다.

본래 교토여행을 계획한 목적은 「나는 씹덕이니까 일본의 마츠리라는 걸 경험해보고 싶다→기온마츠리를 보러 가자!」 라는 것이었지만, 이 폐신사의 존재를 우연히 인터넷으로 알게 된 뒤부터, 솔직히 기온마츠리는 이제 아무래도 좋아. 내 관심은 온통 이쪽에만 쏠려버렸다.

다른 신사에서는 볼 수 없는 꽤 특이하게 생긴 토리이 때문일까? 고대 유적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그게 마음에 들어.

AAA급 비디오게임의 컨셉아트 같기도 하고, 들어가면 보스몹으로 돌 골렘이 나올 것 같아!!(실제로는 뱀이 나온다고 하니 조심합시다)

 

 

 

◆ 구글맵으로 사전답사

 

오이와 신사는 대중교통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교통이 미묘하게 불편해서, 가장 가까운 역인 JR후지노모리 역에서부터 걸어가도 40분이 걸린다. 편의상 두 구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JR후지노모리 역부터 입구 직전 도로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공용도로가 있는 A구간

 

 

붉은 토리이와 함께 『차량 진입 금지』 구간이 시작되어 오로지 도보로만 걸어갈 수 있는 B구간이 있다.

 

나의 경우 걷는 것 자체는 체력적으로 전혀 힘들지 않기에 full 도보를 택할 수도 있었지만, 이것저것 고심한 끝에 굳이 A구간을 택시로 생략하기로 결정했다.

 

어쨌든 당시 교토 기온이 40도였던 탓에, 이런 기온에 왕복시간을 포함해 2시간 가까이 폭염에 노출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열사병으로 객사할 위험도 있었던 탓이다. 어쨌든 죽는 건 이번 여행의 목적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폭염에 굳이 산속의 신사를 간다는 것 자체가 마조나 하는 짓이 아닐까. 나는 마조니까 괜찮지만)

 

 

구글 로드뷰로 확인해본 결과, B구간부터는 숲이 우거져 있는 완전한 산길이다. 더 들어가니 중간에 대나무숲이 있는데

 

 

대나무숲이라고? 그 악랄한 삼디다스모기의 스폰장 아닌가⋯

미리 다이소에서 모기기피제를 구입해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별로 대단한 효과가 있진 않았다. 숲모기 존나 강해애애애)

 

 

◆ 결행

교토 중앙우편국 근처에서 택시를 타고 오이와신사 입구까지 갔다.

 

택시기사 「여기서부터는 차가 못 다니는데 괜찮겠어요?」 

나 「네, 여기서 내려주세요, 감사합니다⋯ Thank you」 

 

 

 

도착한 것은 오후 6시 30분이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해가 지기 직전이었다. 딱 적당한 시간에 도착한 것 같다⋯ 일몰 직후 낮과 밤의 경계선에 있는 상용박명 즈음의 푸릇한 시간대에 신사를 관람하고 싶었기 때문에, 일부러 도착할 시간을 미리 정해두고 거기서부터 역산해서 계획을 짠 것이다.

 

 

첫 번째 토리이. 여기서부터 오이와 신사로 가는 숲길이 시작된다.

 

산길을 걸으며

오이와신사로 올라가는 내내 다른 사람은 단 한 명도 마주치지 못했다. 

 

 

숲을 걷다보면 나오는 또다른 붉은 토리이

 

 

좀더 머물러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여건상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빠르게 찍고 지나쳤다. 일단 미치도록 덥고, 달라붙는 모기가 미치도록 많아서 5초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걸어도 걸어도 숲길

 

 

올라가는 내내 다른 사람은 전혀 마주치지 못했지만, 꾸준히 사람들이 방문한 듯한 흔적은 있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폐신사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

 

계속 걷다 보니 붕괴된 토리이나 쓰러진 비석도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했다. 2014년 마지막 승려가 사망한 이후로 계승자가 없어 버려진 신사가 된 이후로는 10년 넘게 자원봉사자들이 관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구조물들은 비바람과 태풍의 영향을 받은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도모토 인쇼의 토리이

 

드디어 그 토리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 이세계스러운 느낌이 드는 특이한 토리이는 교토 출신의 화가 도모토 인쇼(1891년~1975년)의 작품으로, 1962년에 기증되었다고 한다.

왜 토리이를 기증했는가 하면, 도모토 인쇼와 그 어머니가 오이와 신사의 열성적인 신자였던 것으로, 어머니의 병이 치유되자 그 답례로 만들어 보낸 것이다 (오이와 신사는 난치병의 신으로 모셔졌다)

 

 

원래는 일몰 후까지 여기서 머무르고, 여유가 남으면 본당까지 구경할 예정이었지만, 하산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슬슬 열사병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

따라서 본당까지 가지 않고 조금 걸으면서 체력적인 한계를 가늠하다가, 「지금이다」 싶은 타이밍에 곧바로 몸을 돌려 하산했다.

 

하산하는 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하다 보니 뭔가 붉은 빛이 숲을 불태울 듯이 뒤덮고 있다, 뭘까 해서 보니 석양의 빛이었다

 

 

다시 공용도로 쪽으로 돌아오니 아까 전의 이세계 같은 풍경은 사라지고 다시 친근한 도로가 나를 반긴다. 이 다음에는 심야의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촬영하고 싶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이나리 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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